https://youtu.be/D0Ivaoi4tI8 A는 명헌의 연인이었고 명헌은 그를 사랑했다. 명헌은 매일 A와 함께 재즈를 듣는다. 전만 해도 라디오에서 해주는 재즈 채널이 있었다. 채널은 두 달쯤 뒤에 멈췄다. 라디오에 먼지가 쌓이고 A가 LP 플레이어와 명헌이 가장 좋아하는 판을 사왔다. 명헌은 그 LP판을 매일매일 들었다. A는 명헌의 어깨에 기...
1 그 물고기는 푸른색이었다. 파랬기 때문에 이사는 물고기에게 무색 유리 어항을 준비해주었고 그는 물고기가 물속에서 헤엄치는 모습을 살피며 잠시 동안 턱을 괴었다. 물고기를 지켜보고 있는 시간은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청명한 기운이 온 방을 가득 채웠다. 소녀는 물고기와 함께 방안을 유영하고 있다. 물고기는 소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이사는 물고기와 대...
1년 전 여름밤에 갑자기 노트북 붙들고 아무렇게나 썼음 그 새벽에 한번만에 이걸 다 써냈는데 정말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아무튼 이렇게 길게 4시간만에 썼다는 게 놀라워서 아직 간직하는 글 표현이 예쁜 게 있어서 소중함 지금보다는 정말 모자란 글이긴 하지만 그래도 하얀 세상에서 온 빛이 있었습니다. 흰 빛은 이곳에서는 살기가 힘들었습니다. 흰 빛에게는 평화로...
올가의 마을에 불이 났다. 집 세 채가 불타고 있다.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그러나 불길은 내리는 비에도 꺼지지 않을 만큼 사나웠고, 소방대가 불을 끄기 위해 황급히 물을 길어 와 타들어가는 집의 실루엣을 향해 뿌렸지만 불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았다. 두려움에 웅성거리는 마을 사람들 틈에서 청년 프랭크가 외쳤다. "영주님께 도움을 요청합시다! 우리끼리는 무...
https://youtu.be/v2YmE-d8mYw _______________ 암전, 깊은 어둠, 사람들의 비명과 발포음. 고막이 터질 듯이 울리고 눈앞에는 일렁이는 형형색색의 인간 형상들이 내 쪽으로 흐물거리며 다가온다. 무서워, 나는 뒤로 한 두 걸음 물러난다. 소용이 없었다. 뒤에서도 앞에서도—사방에서 피 흘리는 셀로판 빛깔의 인간들이 보인다. 나는...
흐느적거리며 걸어가는 ‘몸’들의 발아래 바닥을 기어가는 새카만 거미 한 마리가 있다. 거미는 여덟 개의 마디진 다리를 번갈아 짚으며 발들 사이사이를 누빈다. 급하지 않은 속도, 오후의 해가 수평선을 넘어 숨는 바로 그 빠르기로. 움직이던 거미는 눈앞에 멈춘 미동 없는 살색 기둥에 우뚝 선다. 여덟 개의 까맣고 가느다란 다리가 반동에 일시 움찔거렸다. 놀란 ...
강원도 정선군 화암면 화암리 전에는 다른 이름으로 불렸을 동네 나는 그곳에서 나고 자랐다 겨울이면 차가운 눈이 내렸고 그걸 맨 혀로 받아먹으며 백구랑 황구랑 얼어붙은 논두렁 옆을 뛰어다닐 적 내 곁에 친구가 하나 있었는데 그 애 이름은 귀남이었다 송귀남 들판 가로질러 있던 파랗고 새 것 같은 슬레이트 지붕 집이 걔네 집이었고 우리 집은 그 건너 두 번째 주...
비가 와서 네 생각을 했다 어쩌면 바람이 지나가는 길에도 네 이름을 적고 있겠지 그리고 날개가 부러진 참새의 부리 끝에 드는 숨에서 진정을 하며 젖은 길과 먹색 하늘을 올려다보면서도 평생을 닳도록 그 어려운 멩세를 하며 불신을 접고 약속을 외우며 사랑이 중증이다
매미가 울잖아요, 몇 달을 땅속에서 견디고 이제야 일어나서 잠을 깨고 우는데 여기가 도시라서요, 밤 열두 시에도 빛이 밝고요 여전히 아파트에는 불이 켜져서 길거리에는 네온사인 배달 가는 오토바이가 달리고 주인은 집에 갔는데 간판은 켜진 채로 남았고 매미가 울어요 말매미 유지매미 참매미 낮 밤 가리지 않고 울어대는데 매미들도 몰라요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해가...
네가 거기에 앉아있었잖아 흰 구름이 흘러가는 동산 따가운 태양볕에도 달아오르지 않은 찬 흙에서 전해오는 냉기가 잔디 위로 짚은 내 손바닥까지 닿던 오후에 가까운 나무의 잎사귀는 선명한 초록빛이었고 너는 여길 보라며 손 흔들며 날 불렀지 나는 너를 향해 웃었잖아 네가 든 아끼는 폴라로이드 카메라 안에 하얀 테두리 까만 필름지 한 장이 천천히 기어나왔고 난 그...
하늘을 나는 꿈을 꾼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의 이름은 이디였고 산속에 살았다 이디는 바다를 늘 그리워했다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났지만 숲으로 도망쳐 왔기 때문이다 왕국 사람들은 바닷가 마을인 기아타를 없애버리고 싶었다 기아타 사람들의 혈관에는 먼 옛날 집시와 마녀의 후손답게 주술의 피가 흘렀다 그래서 왕은 기아타 사람들을 두려워했다 이디는 바닷가 마을 위에 ...
별안간 마야는 눈을 뜬다. 꿈에 이제는 살지 않는 그 애가 나왔다. 사실 어제도 그랬고, 그저께도, 솔직히 불으면 가까운 한 주 동안 내내. 지치지도 않는지 그의 꿈마다 꼬박꼬박 출석 도장을 찍는 그 애는 올리비아 메이였다. 어디서 들은 건지 외출했다 거리에서 흘러나온 걸 외웠는지 교회 휴게실에서 곧잘 흥얼거리던 팝송을 부르며 올리비아는 마야의 꿈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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