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하여 나는 내 슬픔을 믿지 않기로 했다 -[그리운 플랜 파랑], 박성준 中 (나는 내가 가질 수 있는 의문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러니까 나는 지금 화를 내도 되나. 분노할 것인지, 아닌지 결정할 수 있나? 몸보다 머리를 먼저 작동할 수 있을까? 만약 이런 말을 지금이 아니라 몇 년 후에 듣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굴 수 있을까, 그런 것들을.) 그래, 데...
잘 있니? 살아 있니? 왜 살아 있어? 나는 네가 죽었다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었어. 네가 죽었으니까, 그래서 답장이 오지 않는 거라고. 그 생각을 하면서 잇몸에 피가 날 만큼 이를 꽉 물었어. 견습 시절의 어느 밤, 울음을 참다가 선배에게 들켜 온몸에 피멍이 들도록 맞은 적이 있어. 그런데 그 선배가 그러더라. 이곳에서 감정 따위는 중요하지 않아. 쓸데없는...
너는 내가 죽지 않기를 바라? 센의 목소리에 나는 쓰지 않는 공구함을 정리하던 손을 멈췄다. 들고 있던 짧은 나사를 놓쳐버렸다. 나사는 조금 굴러가서 멈추었다. 나는 나사를 주우면서 센에게 되물었다. 왜 그런 말을 하지? 됐다 그냥 못 들은 걸로...... 묻잖아, 왜 물어보냐고. 나는 일어나 소파로 갔다. 센이 내 눈치를 보면서 약간 움츠러들었고, 그 행...
센은 엄지로 라이터를 틱틱거렸다. 부싯돌은 돌아갔지만 불이 붙지 않았다. 짜증이 팍 올라왔다. 벤치에 털썩 앉자 한숨이 나왔다. 손에 든 담배는 다시 집어넣기도 뭐했다. 기분이 싱숭생숭 이상했다. 아무래도 오늘 아침 네임드 리더님과 제 사이에 대놓고 조용한 냉전의 연장선을 그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물을 좀 떠 달라고 하는 작은 부탁을 무시하면서 화장실로 ...
몸이 붕 뜨면서 막 잠 속으로 빠져들려던 참이었다.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였다. 두 눈이 뜨였다. 달빛이 스민 방안은 평온하고 조용한데 누가 이 밤중에 방문을 급히 두드리는 걸까. 집으로 막 돌아온 여행객처럼 지쳐서, 나는 쉽게 일어서지 못하고 그대로 누운 채 똑똑, 하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나야. 이제는 음성이다. 나지막히 문틈을 비집는 공기의 떨림에 나...
센은 문득 정신이 차려지는 것 같았다. ...돌아간다니? 어디로? 센의 물음에 제니퍼가 의뭉스러운 표정을 하고 센을 쳐다보며 말했다. 난 인어야. ...여기서는, 못 살아. 제니퍼는 몸이 뻐근한지 팔을 물 속에서 앞으로 나란히 쭉 뻗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나한테 정 붙이지 마라. 뭔, 무슨 소리야? 내가 너한테 정을...
너는 항상 그 아가리가 문제다... 항상 그 아가리가 문제다. 센은 제니퍼의 그 말을 결국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모든 일은 늘 센의 바로 그 입 때문에 일어났다. hush 쎄타시가 이토록 평화로웠던 적이 있었는가. 긍정적인 사고는 센의 오랜 강박이자 습관이었다. 평화는 곧 도래한다. 자신을 둘러싼 세상이 시끄러울 때면 센은 늘 그렇게 생각했다. 꽤 오랜...
제니퍼 와일드는 벽에 기대 앉은 센 프라우드의 발을 노려보았다. 제니퍼의 다리가 땅에 박힌 나무줄기마냥 꼿꼿했다. 그렇다는 건 지금 그가 한 발짝도 어딘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제니퍼가 지금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는, 많은 이유 중 세 가지만 꼽자면 이랬다. 첫째, 동서남북 중 어디로 발을 떼어도 이 공간의 목적을 의식하고 있다는 무언...
티나, 거긴 어때? 난 끝이 없는 기찻길을 달리는 기차 위에 탄 기분이야. 나는 지금 불안하고 기차처럼 매번 덜컹거리거든. 아직도 모든 싸움은 끝나지 않았어. 당연하잖아? 그런데도 나는 평화와 안식을 그리워하고 있어. 내 안이 너무 시끄럽다. 가끔은 모든 것을 되돌리고 싶어지기도 해. 이럴 때마다 진짜처럼 네 얼굴이 떠오르는 건 왜일까. 네가 많이 보고 싶...
https://youtu.be/MemcTxtNv9Q 너랑 있으니까 좋아. 제니퍼가 말했다. 달이 밝았다. 제니퍼는 침을 꿀꺽 삼켰다. 목이 자꾸 탔다. 이런 말은, 서로 사이에 처음 있었다. 센이 제니퍼의 민소매를 입어 드러난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나도. 행복하지? 지금은. 그럼 언제는 아니야? 가끔. 나는 싸우기 싫어. 센이 중얼거렸다. 둘은 아까까지만...
우리에서 벗어나고 싶다던가 주머니가 비좁을 때면 캥거루를 생각한다 우리 안의 우리는 원래부터 열림보다는 닫힘에 더 가까웠다고 주머니 속의 우리는 갈고리 손을 잡고 잦은 생채기에 너와 나를 잃는다 한 칸 방 철창 틈으로 줄무늬 빛이 서로의 울상을 덮는 밤 어디에선가 때가 오고 있었다
끝없는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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